신구약 성경의 여러 곳에서 '영혼'(nephesh, psyche)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고정된 개념이나 정의에 머무르지 않고 경험적 서술로 주로 표현되는 살아있는 실체라는 의미가 강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단순히 이것이 영혼이다라는 깔끔하고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신약의 영혼은 주로 “프쉬케(psyche)”라는 용어를 번역한 말인데(이 또한 가끔은 kardia(heart)나 pneuma(wind, spirit)과 같은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음) 이는 여성명사인 까닭에 영혼을 여성적으로 이해하는 전통을 이어가게 되었다. 이 영혼은 주로 4가지 특징을 띄게 된다.
첫째, 영혼이란 육체의 생명을 불러 일으키는 원리이다.
이는 구약의 영혼관을 계승한 내용이다. 사도행전 5:5에서 보듯이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죽는 모습을 영혼이 떠난다(ekpsyche)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후대의 성경 번역판에서는 주로 영혼은 생명 또는 목숨이란 말로 번역하게 되었다(행20:10, 15:26, 마10:28, 막8:36 등등……).
둘째, 영혼의 활동의 결과를 감성(affection)이라고 한다.
중국고전 중 유가 사상 그중에서도 주자에 의해 집대성 되고, 조선 중기 이후 사상의 근간을 이룬 철학을 성리학(性理學)이라고 한다. 이곳에 보면, 性卽未發, 情卽已發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여기서 性은 우리 영혼의 본성에 해당하며 이 영혼이 발현된 상태를 情이라고 표현했다. 기독교적 용어로 표현하면, 영혼은 순일(simplicity)하기 때문에 나눌 수 없다.
그런 영혼에 두가지 기능들(faculties)이 있는데 그것을 지성과 의지라고 했고 이 지성과 의지가 발현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정서 혹은 감성이라고 표현하였다. 즉 영혼은 우리의 감성적 삶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면서 “내 마음 (psyche)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막14:34)는 표현처럼 영혼은 우리의 고통, 슬픔, 아픔 등등의 온갖 감정이 우러나오는 원천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런 특성은 영혼에서 우리의 내적 열심이나 열정도 우러나온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ek psyches) 주께 하듯 하고…”(골3:23), “…그리스도의 종들처럼 마음으로(ek psyche) 하나님의 뜻을 행하여” (엡6:6)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음으로”라는 표현은 “영혼에서부터”라는 원문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영혼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특성이 있다. “…우리의 시킨 것도 없이 나가서 말로 너희를 괴롭게 하고 마음(psyche)을 혹하게 한다 하기로” (행15:24)라는 표현과 같이 영혼은 자칫 보호받거나 파멸을 당하기 쉬운 상대라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영혼은 적극적으로 보호를 받고 강화를 받아야할 필요가 있는 대상이다. 이 때문에 바울 사도는 “제자들의 마음(psyche)을 굳게 하여……”라고 표현하고 있다. 영혼은 나쁜 말이나 악한 열정에 쉽게 흔들리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혼은 우리의 감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을 갈망하며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영혼을 사랑신다. 그러면서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영혼이 자유롭게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셨다. 이처럼 영혼은 우리의 감성 즉 다른 대상과 관계를 추구하는 열정으로 표현되는 에로스(eros)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영혼을 이성 즉 로고스(logos)로 표현되는 남성적 특성과는 다른 여성적으로 표현하는 전통이 이어지게 되었다고 본다.
또 다른 차원의 설명은, 만약 영혼을 성경에서 자주 표현된 "마음"과 동일한 내용으로 본다면 이 마음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무의식에 주로 해당이 되는데 의식이 이성의 영역이라면 무의식은 감성이 주로 지배하는 영역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영혼을 대할 때 이성적으로 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세째, 영혼은 의지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만약 우리의 의지가 영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움 가운데서도 용감하고 흔들림 없이 잘 인내하게될 것이다. “…규모없는 자들을 권계하며…”(살전 5:14) 여기서 규모없는 자들이란 영어 성경에 fainthearted로 번역이 되었는데 원어로는 oligopsyche 즉 영혼이 작은 자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연약하고 용기가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영혼과 잘못된 또는 연약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약 우리 자신의 영혼과 대적하는 방향으로 무언가 일을 추진하고 진행해 나가고 있다면 우리의 영혼이 용기를 잃고 힘을 상실하게 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영혼은 우리의 감성과 의지의 원천이다.
네째, 영혼이란 각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행2:41에 “그 말을 받는 사람들은 세례를 받으매 이 날에 제자의 수(psyche)가 삼천이나 더하더라”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두 세 사람이 강한 애정으로 묶이면 한 영혼이 됨을 말하고 있다(행4:32). 이런 경우 영혼은 단지 한 사람에게만 국한 되지 않고 다른 영혼과 연합이 가능함을 의미하고 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영혼은 물론 지성적 측면, 의지적 측면도 포함되어 있지만 감성적 특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즉 영혼은 각 사람의 개성과 생명의 전달자요, 지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성적인 까닭에 사랑, 열망, 의지와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이 발생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영혼은 종종 악이나 선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악을 선택할 경우에는 엄청난 파멸이란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